글을 쓰고 책이 만들어진다. 글을 써 본 것은 어릴 적 글짓기 과제와 일기 쓰기 말고는 따로 배운 적이 없다. 직장에서는 이나 사업계획서 같은 건조한 문구만을 사용한 것 외 이토록 말랑말랑한 글을 쓸 줄이야 미처 나 자신도 몰랐다. 배운 적도 없는 글쓰기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나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져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이 반 백 살이 넘어간 이후로는 나의 고충이나 걱정을 풀어 갈 방법이 마땅치 않다. 나이가 어리면 상대에게 그 자리에서 바로 풀어버리기도 하고 가까운 지인에게 하소연하면서 그 무게를 견디어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그런 하소연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아니 하면 할수록 나 자신이 형편없게 느껴진다. 물론 2, 30대처럼 혈기왕성하여 아무 때나 화가 치밀어 오르는 횟수도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는 게 쉬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되려 살수록 관계 맺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통감할 뿐이다.
남들은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하여 감사일기도 쓴다는데 내공이 한참 부족한 나는 그 반대로 욕 수첩을 만들었다. 그래서 화가 나거나 욕할 일이 생길 때마다 그 수첩에 모조리 다 적어냈다. 나의 ‘대나무 숲’이다. 그렇게 한바탕 풀어내다 보면 뭔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기분이 나아진다.
그때 깨달았다. 글쓰기가 독자들을 위함이기도 하지만 글을 쓰는 자신을 위함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요즘 내게 힘든 사정을 가감 없이 풀었다. 후련했다. 덕분에 나의 갈 방향을 찾고 용기도 얻었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내 이름의 책이 뚝딱 만들어진다. 참으로 신기하고 편리한 세상이다.
‘쌩초보 생애 최초 책을 내다’ 먼 훗날, 작가로서 나의 첫 발이 되어 준 이 에세이가 자다 이불 킥 할 정도로 부끄럽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나 자신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단언컨대, 이 에세이 안에는 해박한 지식이나 유용한 정보 따위는 없다. 아직 난 그 정도의 그릇이 아니다. 허니 그림책 에세이로써 정보를 구하고자 하는 독자분이 계시다면 죄송하다 말씀드린다. 허나 나의 아픈 삶을 짧지만 최대한 진솔하게 풀어놨으니 다소 투박하고 거칠더라도 이해하며 읽어주시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오기까지 힘써주신 오색발전소 이은미 대표님, 우경하 대표님, 그림책 에세이 공저 2기 동기분들께 감사드린다.
1. 올해(2023년) 14세 딸과 11세 아들을 둔 엄마
2. 담양의 추월산 자락 아래 먹감촌에서 그림책과 함께 먹감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며 사라져가는 우리의 토종 “먹감”을 알리는데 힘쓰며 일하고 있다.
3. ‘그림책은 모두를 위한 책’ 사람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어른들에게도 그림책이 위로가 되어주는 것을 경험하고 그림책에 대해 좀 더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지금은 그림책 심리에 관심을 쏟고 있다.
4. 현재 광신 대학 대학원에서 통합예술 심리치료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있다.